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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풍경] 기억할께. 피맛골.
지난 21일.(지리2121데이였군요). 토요일.
늘 그렇듯.
씻고 무심하게 TV를 켰습니다.

다큐멘터리 3일 - 사라져 가는 골목길의 추억, 종로 피맛골 72시간...

어느새 전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멍하게 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happy geo 민수햇님과 공지혜, 후배 은선이와 준영이... 내일 만나기로 했습니다.

잠이 안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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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그날 아침. 멍하게 일어납니다. 만나기로 한 것은 늦은 2시.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 야구경기를 보고 집을 나서면 딱 맞겠다 싶습니다.
고개를 가로 젓습니다.

도서관에 가자.
가서. 피맛골에 관한 책들을 이왕이면 많이 찾아보고 가자. 어떤 것이든 상관없어. 피맛골에 관련된 것이라면...

서른권의 책을 뒤졌습니다.
절반정도가 수필, 시같은 문학작품이었고 그 절반의 절반이 맛집소개하는 책. 그리고 나머지가 사회나 역사에 관한 책과 사진집이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복사를 하고 읽어봅니다.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서른권의 책을 쓴 각각의 사람들이 모두 하나같이 피맛골은 나의 해방의 공간이고, 추억의 공간이고, 위로의 공간, 아쉬움의 공간이라 말합니다.

이들과 함께 피맛골에 가기로 했습니다.

후배 준영이가 제공


아! 그리고 급하게 약속장소도 교보문고앞이 아닌 단성사앞에서 만나자고 바꿨습니다. 종묘공원 서편이 피마골로 들어가는 어귀라고 해서 '피마병문避馬屛門'이라고 불렸다고 하는 자료를 찾았기 때문입니다.(서울 공간으로 본 역사, 장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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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떨리는 마음으로 함께 하는 이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걷는 풍경을 시작합니다.

삼보일배하는 마음으로 삼보일컷으로 하고 싶었으나... 삼보일컷하는 마음으로 십보일컷하기로 결정합니다. 민수햇님은 광각으로 바닥에서, 저는 눈높이로, 후배 2명은 자유롭게 찍기로 합니다.

시작합니다.




이 날, 우리들처럼, 한 손에 사진기를 들고 친구들과 아이들과 함께 나온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다들 표정이 말이 아닙니다.

재개발이 된다 할 때, 왜 나는 들어 누워버리지 않았을까? 왜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았나? 르메이에르의 (사람냄새가 아닌) 돈냄새나는 고딕체의 피맛골을 왜 아쉬워하며 뒤에서 욕하고 있나?

한 잔 술에...
잊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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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맛골이야기는 할 수 있는 한 계속해보려합니다. 몇가지 생각하는 것도 있고... 올릴 것도 아직 있습니다.

아! 함께 해준, happygeo 민수햇님과 지혜, 은선, 준영 그리고 함께한 많은 사람들과 피맛골에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덧) 민수형님의 블로그에도 '사라질 피맛골을 거닐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함께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덧) youtube에도 함께 올립니다. (youtube바로가기)

덧) 아쉬운 마음에, 도서관에서 찾은 시한편 옮기고 갑니다.

피맛골로 가련다 - 성지월

패랭이 쓴 신세로
갓 쓴자를 넘보는 것
세상사람들의 조롱거리일진대
자신을 알고 단념을 하자

그 옛날 종로통과 남문통
육조거리 넓은 길에서
영상대감 행차
대감들의 행차 때마다
백성은 물러가라 외치는 소리
가던 길 멈추고 굽신대기 싫어
후미진 피맛골로 가련다

거들먹대는 양반들 보기 싫고
거나하게 술 취해서
터진 입 마음대로 놀리고
음침한 피맛골에서
제멋대로 흔들어대는 몸짓으로
살기좋은 나의 세상 길을
마음껏 찾아 가련다

현대판 신발을 신고
빵빵대는 자동차의 물결
헌신짝처럼 취급되는 목숨
내 생명이 아까워서
호젓하고 쾌적한 골목길
그 옛날 피맛골로 가련다

정통을 주장하는 적자주류파
서족이든 사상아든 태어난 인생
자기 몫을 힘차게 살아가는 세월
오장육부가 뒤틀려 현실을 외면하고
어둡기는 하지만 자유로운 골목길
그 옛날 상민이 다니던 피맛골로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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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햇살 2009/03/24 20:17 A R D
해수야~ 정말 대단하다. 만드느라 고생많았어.*^^*
피맛골에 가 본지 6년쯤 된 것 같은데..
이제는 가고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피맛골'이란 장소는 아련한 기억속으로 사려져 버리겠지만,
해수 네가 만든 영상과 글로 인해 이따금씩 피맛골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센스있는 시 한 편까지. 역시 대단한 너굴~^^
Favicon of http://beyondgeography.tistory.com 지리너머 2009/03/24 23:21 A D
누님... 그래도 한번가보세요. 몇 곳 안되지만 막걸리한잔 할 때는 여전히 있거든요. 6년전이면... 허허...
Favicon of http://happygeo.com/tc HappyGeo 2009/03/25 01:54 A R D
해수야. 수고했다. 니가 다큐 3일 보고 급 흥분하지 않았으면... 또 그저그런 일요일을 보냈을텐데... 추억의 골목도 만나고, 더 좋은 추억의 친구들도 만나고, 또 그 길에서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덕분에 즐거운 일요일이었다.
짬날때마다 '구석구석 걷는풍경' 이라는 주제로 골목골목 누비고 다니자. 사라지는 공간 가슴에 담아두자고... 먼 훗날 피맛길 '열차집'은 사라질지 몰라도... 이미 열차집은 한 평생의 안주거리가 된듯해.

지도 넣어서 화면 만드느라고 정말 고생많았다. 생각만했지... 실천을 못했는데.. 늘 이렇게 멋지게 가다듬에서 내놓는 해수가 너무 멋지다. 다음 작전회의때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듯하다. ^^;
정성담긴 글과 동영상 잘 보고간다. 수고~
Sunny 2009/03/26 00:48 A R D
고 마 워 요 저도

그리고 표정은 슬퍼서 그런거에요 .
Favicon of http://beyondgeography.tistory.com 지리너머 2009/03/27 18:08 A D
슬퍼하지마... 조만간 열낙모 때리자공ㅎ
Favicon of http://hayato77.tistory.com 강모군 2009/03/26 09:43 A R D
ㅋㅋㅋ 잘 보고 갑니다.ㅋ
sohuy 2009/03/26 17:09 A R D
시간이 그냥 가는 법이 없나봐.
볼때마다 올때마다 엎그래이드 되있는 걸 보면서 말이지.
이준영 2009/03/26 21:21 A R D
형 사진 자료도 보고 UCC 작품도 계속 보고 또 보지만
그래도 피맛골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이렇게나마 기억에 남길수 있다는 것을 위안삼아야겠네요
Favicon of http://geog.egloos.com 2009/03/27 21:41 A R D
뭔가 찡하네요... ...
저도 짬내서 피맛골 가봐야겠어요.
영상 잘 보고 갑니다.
Favicon of http://heomin61.tistory.com 푸른하늘이 2009/03/29 08:56 A R D
happy geo님 잘 봤습니다.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김지현 2009/09/22 16:30 A R D
서울에 살지 않아서 피맛골의 추억을 없지만, 뭐든지 개발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이 나라에 좀 더 정신적 가치가 투영된 공간이 유지되길 기원합니다만, 언제쯤 가능할까요? 참, 암담합니다.
Favicon of http://yol.pe.kr yol 2011/12/04 22:08 A R D
2가 3가 피맛골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종로 1가 피맛길만 사라졌죠.
남쪽은 사라진지 오래되었으니 기억하는 사람도 없을 거고,
1가변 북쪽 피맛길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전경들에게 젖갈을 뿌려가며 출근길 시민들에게 악취를 선사했던 피맛길 식당주인들은 종로3가와 무교쪽으로 흩어졌고, 돈 좀 모은 분들은 재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르메이에르에 들어갔더군요.

3차코스로 많이 가던 고등어 구이집과 참새구이를 팔던 실내 포장마차들의 종적은 확인 되지 않고 있고요. 양반들의 마행을 피해 다니기 위해 다녔다는 피맛길과 피맛골 추억의 한부분이 없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슬럼화되어 유흥주점과 음식물 재탕으로 싼값을 유지해오던 값싼술집들이 즐비하던 음침하고 지저분한 뒷골목이 없어지고, 가장 많은 외국인이 찾는 종로구와 중구에 깔끔하고 산뜻한 빌딩과 그로인한 활기가 그리 나쁘다 생각되지 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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